어머니의 새벽녘 기도가 그립다.
어슴프레 어둠이 물러나기 전, 하얀 한복을 입고, 첫 새벽 우물에서
맨 먼저 길어 올려진 물 한동이에서 떠 올린 한 사발의 물은 교자상 위에 덩그마니 올라 앉아 있었고,
언제 머리를 감으셨는지 물기가 촉촉히 밴 정갈하게 쪽지어진 머리에 비녀가 꽂히고,
전날 푸새를하여 잘 다듬어 놓은 하얀 한복으로 갈아 입으신 어머니는 우물가 한 쪽에서
지성으로 절을하고, 두손을 가지런히 모아 사알살 비비면서, 기도를 올리고 계셨다.
두런두런 두런거리는 소리가 설핏 잠에서 깬 새벽 마당에 울려 퍼지고 있을 때,
마당가 끝에 있는 변소를 가야하는 선잠에서의 깸과 함께, 언제나 새벽녘이면 들려오던 기도소리,
멀리 객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 그저 지 몸 잘 보전하고, 식음 끊지 않게 해 주시고, 있는 곳에서
지 몸 잘 건사하게 해주십시요. 천지신명이시여, 어쨋든지 건강하게 잘 지내도록 보살펴 주십시요.
어머니는 빌고 빌고 또 빌고, 두손을 양 어깨위로 높이 들어 올려 둥그렇게 공중에서 휘저으시며,
다시 모아 합장을 하고 고개를 숙이면서 절을하고, 또 두 손을 모아 손바닥에 불이 날만큼 비비면서 중얼중얼 한없이 무엇인가를 읊으시는데, 그 행위는 꼭 거미가 거미줄을 짓기 위해서 가느다란 실을 뽑아내서 촘촘하게 가로세로 얽어 가듯 그렇게 말의 틀이 짜여져 가는 듯 했다.
새벽녘이면 정한수 떠 놓고 기도를 열심히 올리셨던 어머니의 기도의 뜻이었는지 몰라도,
객지에 나가 있던 자식들은 무탈했으며, 가끔씩 불효자식 아무개라는 글로 시작되는 편지도
보내 오곤하였다.
우체부가 동네 어귀에 나타나면 의례 어머니는 저 체부는 우리집에 오기 위해서 이 깊은 산속까지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셨다.
당시 우리집 이외에는 객지에 가 있는 자식들이 편지를 보낼 정도로 한글을 읽고 쓰는데 익숙한 자식들이 없었기 때문에 편지 하면 우리집에 오는 것이 유일한 것이었다.
어머니가 말씀 하셨듯 체부 아저씨는 곧장 우리집에 들러서 더운 여름철에는 깊은 우물에서 퍼 올려진
시원한 냉수를 한 두레박씩 마셔댔고, 가을이나 겨울처럼 농사 지어놓은 것이 풍성 할 적에는,
두레반에 차려진 밥까지 먹고 가곤 하였다.
그렇게해서 보내야만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도리를 다 한 것으로 생각 하셨을 것이다.
귀하디 귀한 자식들의 편지를 날라다 주는 체부에게 그깟 한 끼 식사 정도야 당연히 부모로서 해 줘야
그 보답을 다 하는 것으로 생각 하고 계셨을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피곤...내일 이어쓰기....)7. 5.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