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6월16일

오늘어제내일 2007. 6. 29. 03:04

바빳구나....

그날이 결혼 기념일 이었는데...

내가 챙기지 않음  절대로 기념일 챙기지 않는 옆지기.....

 

오전에 수업이 있었구나....

양천구의 양목 초등학교에서 꽃꽂이 수업이 있었구나....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6월이었네.....

 

그때 신혼 여행이 제주도 서귀포의 칼 호텔이었지...

제주도 도로엔 수국이 뭉게뭉게...뭉게 구름 처럼 피어 오르고 있었지.....

내 맘 속에서, 그  제주도 길거리의 수국 같던,  뭉게 구름 같던, 그런 꿈이 몽실몽실 피어 오르고 있었지....

 

가는 곳곳마다 운전 기사님은 여러가지 포즈를 취하게 하고선, 기념 사진도 많이 찍어 줬었는데...... 꼭 ... 배우가 된 듯...그럴 듯 한 포즈로 찍은 사진이 잘도 나왔었지....

참 그 때 행복하다고....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었지.....

 

아~~~ 그날...김포공항 근처의 한정식 식당 개화산 밑의 식당...지금 이름도 잊어 버렸네...

그 유명한 식당의 아흔 아홉 칸 짜리 대 저택의 한옥 집 그 사장님이...공항에서 현대식당을 했던,

그  여사장님이 우리를 위해 특별한 선물도 줬었지.....

 

부적....옆지기 눈섭 위의 검은 점을 보고.....부처님 될 뻔 한 사람이었다면서,

나중에 부자되라고, 화목하게 잘 살라고 하면서, 어디 유명한 부처상의

심장에 모셔졌던 부적이라면서 옆지기의 지갑에 넣어 줬었는데...

 

 옆지기는 그때 이미 부적을 지갑에 넣기 전부터 부자의 반열에 올라 있었는데,

그후 옆지기는 배반의 배반을 거듭한 끝에 믿을 수 없다며, 부적의 힘을 신뢰 할 수 없다며,

어느날...불구덩이 속에 쳐박아 버렸지......그 신성한 부적을.....

 

그리고 부침도 심했었지...마음이 산산 조각이 날 정도로 나날이...

옆지기의 마음은 황폐함을 드러냈었지....

 

옛말에 짓은 마음 사흘 못 간다고 했던가?  그 잠깐 동안 선하고, 착하고, 친절하고,

마음에 없는 거짓 행동으로 삶을 싸 안으려 무던히도 노력했겠지만,

본성이 어디 가겠는가?   결국  드러나고 마는 만행들....

 

그 많은 만행 다 받아 넘기느라...수 없는 밤 들이....수없는 바늘 같은 밤 들이...

내 등줄기를 얼음장 같은 냉기가 타고 내렸지,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등골이 오싹 했다거나,

등줄기에 냉기가 흘렀다거나 하던 말을 내 체험으로 느끼는 밤들이,

겉잡을 수 없이 흐르는 눈물로 밤마다 베게를 적셨었지......

 

그래도 단 한마디...서약이라는 신성한 성당에서의 약식 혼배미사에서의

천주님과의 약속이 있었기에, 내 맘 속 저 깊은곳과의 약속.

천주님과의 약속을 지켜야겠기에...

그런 객기 부리는 그런 사람과 나를 맺어준 하느님의 뜻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아직도 그 뜻을 찾아내지 못했지만, 아직까지 나 천주님과의 약속 지키느라,

주변 모든 사람들의 눈총을 받아 가면서도, 참아 내고 있는데,

아직도 천주님은 나에게 답을 안 주시네.....

 

무슨 뜻이 있어...내 지금의 옆지기와 수 많은 날들을 함께 하면서 미움을 키워 가야 하는 것인지?

일방적...그렇지...인간의 진심 어린 동정의 눈 빛도, 사랑의 눈 빛도, 고통의 눈 빛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인지? 아직도 깨닫고 있지 못함이 부끄럽네.....

 

그래...처음 그 마음 변한 건...옆지기가 아니라 나였는지도 몰라......

랑군을 하늘 같이 생각해야 하는, 하늘이라 생각해야 하는 랑군을.... 내 마음이 교만해져서,

알량한 지식이 나만 못 함을 탓 하면서, 알량한 교양이 나만 못 하다고 탓 하면서,

나 어느새...랑군을  저 아래 발 끝 내려다 보듯....그렇게 했는지도 모르겠네.....

 

천주님은 알고 계시지요?

내가 무얼 잘 못 했는지? 

내가 사랑을 감춰두고 혼자서만 야금야금 신약처럼 아끼면서,

얼마나 조금씩 흘리고 있는지를?

 

그래서 천주님은 나에게....아직도 내 이렇게 살아야 하는 내 운명의 지침에 대한

답을 안 주시는 것이지요?

내 사랑의 눈 길, 손 길, 발 길이 부족함을 아시기에............

 

탓 하지 말자..... 누군가가 내 맘을 나 처럼 생각해 주지 않는다고, 탓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