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6일
바빳구나....
그날이 결혼 기념일 이었는데...
내가 챙기지 않음 절대로 기념일 챙기지 않는 옆지기.....
오전에 수업이 있었구나....
양천구의 양목 초등학교에서 꽃꽂이 수업이 있었구나....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6월이었네.....
그때 신혼 여행이 제주도 서귀포의 칼 호텔이었지...
제주도 도로엔 수국이 뭉게뭉게...뭉게 구름 처럼 피어 오르고 있었지.....
내 맘 속에서, 그 제주도 길거리의 수국 같던, 뭉게 구름 같던, 그런 꿈이 몽실몽실 피어 오르고 있었지....
가는 곳곳마다 운전 기사님은 여러가지 포즈를 취하게 하고선, 기념 사진도 많이 찍어 줬었는데...... 꼭 ... 배우가 된 듯...그럴 듯 한 포즈로 찍은 사진이 잘도 나왔었지....
참 그 때 행복하다고....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었지.....
아~~~ 그날...김포공항 근처의 한정식 식당 개화산 밑의 식당...지금 이름도 잊어 버렸네...
그 유명한 식당의 아흔 아홉 칸 짜리 대 저택의 한옥 집 그 사장님이...공항에서 현대식당을 했던,
그 여사장님이 우리를 위해 특별한 선물도 줬었지.....
부적....옆지기 눈섭 위의 검은 점을 보고.....부처님 될 뻔 한 사람이었다면서,
나중에 부자되라고, 화목하게 잘 살라고 하면서, 어디 유명한 부처상의
심장에 모셔졌던 부적이라면서 옆지기의 지갑에 넣어 줬었는데...
옆지기는 그때 이미 부적을 지갑에 넣기 전부터 부자의 반열에 올라 있었는데,
그후 옆지기는 배반의 배반을 거듭한 끝에 믿을 수 없다며, 부적의 힘을 신뢰 할 수 없다며,
어느날...불구덩이 속에 쳐박아 버렸지......그 신성한 부적을.....
그리고 부침도 심했었지...마음이 산산 조각이 날 정도로 나날이...
옆지기의 마음은 황폐함을 드러냈었지....
옛말에 짓은 마음 사흘 못 간다고 했던가? 그 잠깐 동안 선하고, 착하고, 친절하고,
마음에 없는 거짓 행동으로 삶을 싸 안으려 무던히도 노력했겠지만,
본성이 어디 가겠는가? 결국 드러나고 마는 만행들....
그 많은 만행 다 받아 넘기느라...수 없는 밤 들이....수없는 바늘 같은 밤 들이...
내 등줄기를 얼음장 같은 냉기가 타고 내렸지,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등골이 오싹 했다거나,
등줄기에 냉기가 흘렀다거나 하던 말을 내 체험으로 느끼는 밤들이,
겉잡을 수 없이 흐르는 눈물로 밤마다 베게를 적셨었지......
그래도 단 한마디...서약이라는 신성한 성당에서의 약식 혼배미사에서의
천주님과의 약속이 있었기에, 내 맘 속 저 깊은곳과의 약속.
천주님과의 약속을 지켜야겠기에...
그런 객기 부리는 그런 사람과 나를 맺어준 하느님의 뜻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아직도 그 뜻을 찾아내지 못했지만, 아직까지 나 천주님과의 약속 지키느라,
주변 모든 사람들의 눈총을 받아 가면서도, 참아 내고 있는데,
아직도 천주님은 나에게 답을 안 주시네.....
무슨 뜻이 있어...내 지금의 옆지기와 수 많은 날들을 함께 하면서 미움을 키워 가야 하는 것인지?
일방적...그렇지...인간의 진심 어린 동정의 눈 빛도, 사랑의 눈 빛도, 고통의 눈 빛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인지? 아직도 깨닫고 있지 못함이 부끄럽네.....
그래...처음 그 마음 변한 건...옆지기가 아니라 나였는지도 몰라......
랑군을 하늘 같이 생각해야 하는, 하늘이라 생각해야 하는 랑군을.... 내 마음이 교만해져서,
알량한 지식이 나만 못 함을 탓 하면서, 알량한 교양이 나만 못 하다고 탓 하면서,
나 어느새...랑군을 저 아래 발 끝 내려다 보듯....그렇게 했는지도 모르겠네.....
천주님은 알고 계시지요?
내가 무얼 잘 못 했는지?
내가 사랑을 감춰두고 혼자서만 야금야금 신약처럼 아끼면서,
얼마나 조금씩 흘리고 있는지를?
그래서 천주님은 나에게....아직도 내 이렇게 살아야 하는 내 운명의 지침에 대한
답을 안 주시는 것이지요?
내 사랑의 눈 길, 손 길, 발 길이 부족함을 아시기에............
탓 하지 말자..... 누군가가 내 맘을 나 처럼 생각해 주지 않는다고, 탓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