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6/45로 인생 역전 할뻔......
토요일이면,
밤색빛이 도는 자그마한 꽃꽃이용 단지....
바둑돌에 매직으로 써넣은 1~45번의 번호가 선택을 기다린다.
오늘 아침에도 우리집 남자는
다그락 다그락 삭삭삭......로또를 맞추기 위해
단지속의 바둑돌을 돌리고,흔들고.......,
그 작은 단지 입구에 손을 집어 넣고
골라져 나온 번호를 로또 용지에 옮기느라 주위에 시선도 주지 않았다.
나는 평일(월~금)은 9시30분을 전후해서 출근하지만,
토요일이면 8시까지 출근해서 교대해준다.
토요일 8시45분경에 로또 추첨이 있으니 그시간에
잔뜩 긴장하는 우리집 남자의 기분을 맞춰 줘야 하기 때문이다.
혹시 아는가?.
로또에 당첨되면 이 지긋지긋한 밤샘 영업에서 탈피시켜 줄지.....ㅋㅋ
그런데, 우리집 남자 왈:
"로또 당첨되면 난 떠난다....
내가 로또 1등에 당첨만 되면 다 늙은 당신하고 살 이유가 없지....... "
그렇게 토요일이면 인생 역전을 꿈꾸는 맛에 사는 남자에게......
로또 추첨 시간이 되었다.
추첨이 끝나자 바로 7번 룸으로 들어가서 번호를 맞추고....
씁쓰레한 얼굴로 나오더니,
정말 재수 없단다.
"오늘이 생일이라서 큰 기대를 했는데...."
아뿔사....오늘이 음력 8월23일 ....남편의 생일이었다.
난 까마득히....정말 까마득히 남편의 생일을 모르고 있었다.
아이들도 아무도 기억을 하지 않았나보다.
"어~~~미안해요. 정말 모르고 지나쳤네요......"
"아냐...맨날 밤샘하고 언제 날자 가는거 기억이나 하겠어....."
그런데.... 우리집 남자가 찍은 번호는.....
202회 로또 당첨번호: 12,14,27,33,39,44...17
울집 남자의 번호 : 13,14,17,33,39,44.
13==>이 12로 되었으면.....2등에 당첨이고,
13==>이 12로 되고, 27==>이 17로 되었다면.....1등번호.....ㅋㅋㅋㅋ
1등이 되었다면
나는 이 밤샘의 지긋지긋함에서 벗어나는 행운을 안았을 것이고....
우리집 남자는 나를 떠나 신천지를 향하는 인생역전을 맛봤을 텐데....
어쩔수없이 밤을 지새라는 운명인가?
로또가 비켜서 그것도 살짝 비켜서....내 인생이나 우리집 남자의 인생을 역전
시키지 못했다.
내가 생일상 잘 차려 줬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