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중증 ---건망증

오늘어제내일 2008. 3. 9. 19:15

건망증이 이정도면 중증에  더 나아가서는 치매 서열에 오르는 것으로 생각해도 될 듯하다.

 

어제 저녁 나절 업장의 후문으로 나가면 옆집 옆집에서 음식 영업을 하는 라이라이촬디엔의 사장이며,

중국에서 온 조선족 젊고 예쁜 아주머니가 왔다.

내가 낮 시간 그녀에게 전화를 했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그녀의 아버지 생신일에 그녀네 일가 친척들이 우리집에 와서 뒤풀이를 했는데,

사진 찍어 주는 것을 깜빡 잊고 있다가 그녀네 식당으로 가서 사진 몇 컷 찍어 복사 해서 주었더니,

그 다음날 그녀가 자신의 디지털 카메라를 나에게 가져와서, 거기 담긴 사진을 모두 복사해 달라고 했다.

 

2월 말에 인터넷으로 현상을 신청하였는데, 사진이 너무 많아 한꺼번에 현상 신청을 못하고 일부만 신청하고 두었다가 어제 다시 나머지를 신청하려고 했더니 배터리가  없어서 그녀에게 충전기를 가져다 달라고 전화를 넣었더니 그녀가 낮 시간에 우리 업장에 왔던 것이다.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시키고, 현상 신청을 인터넷으로 하려고 하는 시간에 주말 손님이 계속 몰려와서

깜빡 잊고 신청을 못했다.  집에 도착 해서야 현상 신청을 안 한  생각이 났다.

 

그녀가 월요일에 그 사진을 들고 출입국 관리소에 가야 한다고 했던 생각이 불현듯 났다.

일요일엔 사진을 우리 업소에 꼭 가져다 놓아야 하는데 깜빡 잊은 것이다.

 

낮시간 조금 일찍 나가서 인터넷으로 신청을 하고 마트에 가서 찾으면 얼추 시간이 맞춰 질 듯 하였다.

이른 시간은 아니었지만, 조금 일찍 나와 차를 도로에 정차 시켜 놓고, 지갑과 귀중품은 보조 가방에 넣어 가지고 와서 카운터 옆에 놓고, 그녀의 카메라에 담긴 나머지 사진을 현상 할 수 있도록 신청 하였다. 

 

지금 나가면 언제나 붐비는 마트에 주차 시간이 상당이 소요 될 것이고, 필요한 음료 몇 가지 구입하고, 그러면 오후 2시 40분부터 ebs tv 방송의 일요 시네마를 충분이 감상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듯하여, 업소의 불을 내리고, 문을 잠그고,  얼른 차를 끌고 마트로 향했다.

가능한 한 빠른길을 택하여, 신호 대기도 적고 도로에 차량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을 알기에,

신길동 대신시장앞을 지나 롯데백화점 곁의 고가도로를 지나 김 안과 못가서 좌회전으로 들어 가면, 홈플러스 옆으로해서 한국전력공사 남부 지점 앞을 지나,  우회전하여 양남 사거리서 직진하여 코스트코 홀세일 앞에 당도하니 주차 대기 차량이 마트를 한바퀴 돌러져 있다.  뒷 길로 가서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회원증이 든 지갑을 찾으려는데, 보조 가방이 없다.

평소에는 지갑과 화장품 넣는 가방 양쪽에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분산해서 넣고 다녔는데,

이렇게 가방 안에 아무것도 없을 수가 있을까?

동전 한 닢도 들어 있지 않은 이 황당함.

 

통장을 들고 마트 안에 있는 자동화 기기 앞에서 보니 신용 카드로만 현금 인출이 가능 한 줄 알았는데, 무매체 인출도 가능하다. 일말의 기대를 안고,  통장 번호 입력, 주민번호 입력, 무매체 사용 비밀번호 6자리를 입력 하라는데, 평소 은행 창구에서 신청한 기억이 없다.

그냥 임의로 통장 비밀번호에 숫자 2개를 더해서 입력 했으나, 실패.

 

시간을 보니 1시 38분  빨리 업장에 가서 보조 가방을 들고 오면  가능 할 듯.... 어찌 할까?  업소도 문을 열어야 하는 시간이 지났는데,  일요일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열어야 하는데, 이미 시간이 지났다.

 

마음에 갈등이 오락가락한다.  알바 아주머니께 평소보다 2시간만 일찍 나와 달라고 부탁을 하면 야간에 찾아 와도 될 듯하여, 어떻게 할까?

공연히 맡아서 해 주겠다고 하여,  걱정도 팔자련가?

그러나 책임을 맡았으니 임무 완수는 해야 한다.  서둘러 다시 차를 돌려 업소가 있는 노량진으로 향하는데,  어쩐일일까?  생각보다 도로가 한산하고 신호가 계속 뚫린다. 

 

업소에 들어와서 보니 카운터 바로 옆에 보조 가방이 덩그마니 놓여 있다.

지갑도 신용카드도, 현금도.....

 

어찌 할까?  다시 다녀올까?  갔다와도 늦지 않을까? 

가는 쪽으로 마음 굳히고,  핸들을 잡으니 2시 시보를 알린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다시 업장에 돌아 오니 2시 45분.

그 좋아하는 일요시네마 조금 놓쳤지만,  끝까지 다 감상하면서, 짬짬이 손님 받고,

오늘 임무 완수했다.

 

이렇게 완벽하게 잊어 버리는 건망증의 증세가 요즘은 비일비재.

이런 증세가 누적되면 치매로 발전 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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