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나무 찬장 안해영 어머니는 부엌에서 살다시피 했다. 아궁이 세 곳에 불을 지피 면서 한쪽에서는 막걸리를 거르며 아버지의 술상과 식구들 밥상을 동시에 차려 내던 빠른 손이었다. 음식을 잘 만들던 손맛 덕분에 어머니는 더 바빴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바쁘게 움직여도 아버지의 까다로운 입맛과 불같은 성질 앞 에서는 대책이 없었다. 밥상이나 술상이 즉시 차려지지 않으면 불 호령이 떨어지곤 했다. 어느 여름 점심 때가 거의 되었을 무렵 외출에서 돌아온 아버지가 부엌을 기웃기웃 들여다 보며 엄마를 찾았다. 아버지의 눈치를 보던 나는 얼른 밭으로 뛰어가 엄마를 불렀다. 엄마를 보자마자 아버지는 화를 냈다. ‘때가 되면 식사를 챙겨야지 들에만 있으면 어떡하느냐.’는 것이다. 아버지 는 점심 식사 때면 막걸리 반주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