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안해영 가로수 그늘 따라 걷고 있다가 귀청을 찢을 듯한 매미 울음소리에 놀라 넘어질 뻔했다. 정신 줄을 놓고 걸었나 보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 도시의 매미들은 왜 이처럼 악을 쓰며 울어대는 것일까? 무심한 가로수 잎들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머리 위에서 하늘거리며 그늘을 내리고 있었다. 소리는 저마다의 존재를 드러낸다. 매미 울음소리에 놀라니 일상에서 조금은 생소했던 소리가 들린다. 어릴 적 늦잠이라도 잘라치면 어김없이 들리는 아버지의 호통은 아침잠 속으로 젖어 드는 졸음을 쫓기 일쑤였다. “해가 중천에 떴다. 어서들 나오너라.” 눈을 비비며 툇마루에 쪼그리고 앉아 해를 쳐다보아도 중천은 커녕 어스름한 동이 터오고 있을 뿐이었다. 아버지는 목소리가 커서 별명이 ‘왜가리’였다. 왜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