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예상에 없었던 방문객....

오늘어제내일 2006. 10. 10. 04:08

오늘 새벽까지 일해서 일것이다.

몸이 느른하고 말을 안듣는다.

몸이 말을 안 들을때는 손도 까딱하기 싫다.

 

간신히 오후 1시를 넘겼다.

이제는 내가 하는 수 없이 움직여야 할 시간이다.

무거운 엉덩이 치켜들고 서성여 본다.

 

주방 싱크대에는 방금 담궈 놓은 빈그릇이 수북하다.

수도 꼭지를 위로 치켜든다.

샤워기 같은 수도 꼭지에서 여러줄기의 수도물이 빗물처럼 쏴~아 쏟아진다.

망사처럼 생긴 수세미에 세제를 묻혀서 그릇을 닦아서 한쪽으로 모은다.

 

이제 수세미의 세제를 물로 흘려 보낸다.

그릇에 묻은 세제도 말끔히 닦아 낸다.

맑은 물에 헹궈진 뽀송뽀송한 그릇을 건조대에 엎어 놓고 물기 마르기를 기다린다.

 

어느새 설겆이가 끝이 났다.

 

전화가 걸려 온다.  따르릉~~~~

 

엘시디 판에 이름이 표시되어 있다.

일단 스팸이 아님을 확인하고, 이름을 살펴본다.

 

같은 직장에 다녔던 직장의 후배다.

우리집 건너편 단지의 아파트에 그녀는 살고 있다.
일년전인가?  그때 그녀를 한번 만났다.

그리고 오늘 전화가 온 것이다.

"언니! 뭐해요?"

"그냥....집에 있다."

"지금 가도 될까요?"

"그래....와!"

 

전화기를 끊고, 허겁지겁 거실의 신문지며, 방석을 정리한다.

내가봐도 정신이 없다.

그저 정신 있는 것은 푸르게 자라고 있는 화분 뿐이다.

 

잠옷도 갈아 입기 전에 그녀는 벨을 눌렀다.

벨이 소리가 나지 않았지만, 문에서 똑딱거리는 소리가 들렸기에 문을 열어줬다.

 

그녀의 손에 들린 봉지에서 대뜸 생선회가 튀어 나온다.

 

"수산시장 갔다가 회를 떳는데....혼자 먹기가 싫어서요."

"그래?...덕분에 회를 이 대낮에 먹게 되었네...."

 

수산시장에서 전화 한것이 아니고 집 아래서 그럼 전화를 했단 말인가?

 

암튼 둘이서 회한접시를 꿀꺽 삼켰다.

 

입가심으로 냉장고 가득 들어 있던 얻어온 참외를 깍아냈다.

작고 못생기고 시들한 참외였지만 단맛은 대단했다.

 

앉은자리에서 4개를 해 치웠다.

 

그녀의 전화벨이 울렸다.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왔다는 전갈....그녀가 급하게 자리를 뜨려고 한다.

 

허접해 보이지만, 참외 10개를 봉지에 담고......

9월26일에 담근 고추잎과 파란고추 장아찌를 작은 프라스틱통에 담아 건네줬다.

 

볼품은 없지만 단맛은 제법이니 가져가서 아들과 먹으라고.....

장아찌는 한번씩만 집어 먹어봐라.....

별 맛은 없지만, 그래도 밑반찬으로는 괜찮드라.......

 

총총히 사라지는 그녀를 배웅하고......

급하게 걷기운동 한시간하고......꾸벅꾸벅 졸다가.......

 

내 근무지에서 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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