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를 사다 준 이유
긴 겨울 방학 내내 그리고 2월의 봄 방학 동안 낮 시간 문 열어 놓고,
성인들이 노래 부르러 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좀 그렇다.
오후 2시부터 문을 열어 놓고 간판에 네온이 돌아 가는 시간부터,
지하실의 외로움은 시작된다.
라듸오의 FM 93.1에서 차분하게 흘러 나오는 클래식으로
어지럽혀진 머리속의 저장 공간들을 정리하고 있노라면,
쿵쾅 쿵쾅 터거덕 거리면서 계단을 급히 내려오는 급한 발자국 소리들...
사극 드라마의 파발들이 저렇듯 터거덕 터거덕 뛰어 다녔을까?
사장님~!!!!!숨이 턱까지 찬 중학 1학년생들의 동시 합창.....
우리 2번방으로 들어 갈께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루 한 두 차례씩 찾아오는 노래매니아들인 일곱천사들이다.
오늘 토요일 쌍 3이 들어 가는 날.
집에서 출근 준비 하느라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사장님~~!
빨리 문 열어 주세요~~!
응? 지금 한 시 40분인데?
우리 계단에 있을께요......그리고 전화가 끊긴다.
어쩌겠는가?
급하게 노래방에 도착하니 6분 걸렸다.
문을 열어 주고 주차장에 주차 시키고 텁텁한 공기 갈아 넣고....
오늘의 근무 시작이다.
다른날보다 십여분 빨리 열었다.
천사들의 등쌀에.....
너희들 이름 여기 다 적어봐라...
희경, 예진, 현아, 성철, 태욱, 태완, 혁진이 이렇게 일곱명이다.
같은 학교에 다니고 이동네에서 사는데 노는 모습들을 보면 성의 구별을 못 할 정도다.
세 명은 여자 아이이고, 네 명은 남자 아이다.
특히 성철이의 행동을 보면 요즘 아이들은 다 저런가? 할 정도로,
여자 아이들의 무릎에 눕기도하고, 어깨 동무도 하고 있고,
성의 구분을 하려고 하는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다.
오늘은 성철이가 카운터에 붙어서서 나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어머니는 뭐 하시니?
어머니 안계세요.
ㅡ.ㅡ ;; 나는 의아해서 눈을 둥그렇게 뜨고 다시 물었다.
아빠는?
아빠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예요.
그럼 아빠하고 사니?
아니요. 할머니도 계시고, 누나도 둘 있어요.
그래?
그럼 할머님이 밥은 해주고?
아니요....
반찬만 할머님이 해주시고요. 밥은 누나들이랑 우리가 해 먹어요.
아빠는?
아빠는 귀찮다고 할머니하고 아래층에서 방 2개 만들어서 계시구요.
나는 누나들과 일 층에서 살아요.
새엄마 없어?
네...그런데 아빠 여자친구는 있어요. 우리집에도 가끔와요.
참 좋아요. 결혼 할지도 몰라요. 아빠랑....
그래.....네 엄마는 어디계셔?
시골에 살아요.
안 만나?
전에는 가끔 만났는데요. 지금은 안 만나요. 보기 싫어요.
엄마가요 약속을 안 지켰어요. 우리들과 만나기로 해 놓고 약속을 자꾸 어겨요.
누나들과 이야기 했는데요. 엄마한테 남자친구 생긴 것 같다구요.
엄마 남자친구가 딸기 농장을 하는가봐요.
지난번에 딸기 준다고 만나자고 해놓고 약속을 지꾸 미루고 안 나오더니
누나하고 통화했는데, 누나가 만나지 않겠다고 말 했어요.
왜?
아무래도 남자친구가 우리들 만나는 것을 방해 하는 것 같아요.
별루 보고 싶지도 않고...
그럼 아빠 여자 친구는 아이 없니?
아니요. 중3학년짜리 딸이 한명 있는데요 착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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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엄마는 왜? 헤어지셨니?
아빠는 엄마를 때렸구요.
엄마는 엄마 맘대로 살림도 안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싸우면서 따로 살자고 해서 엄마는 시골로 가고,
우리들도 처음에는 일년 동안 엄마하고 함께 살았는데,
엄마가 자꾸 밖에서 안들어 오고 그래서 아빠한테 우리들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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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먹었니?
아~~ , 네....
뭘루?
친구집 강아지 이발하러 가는데 따라가서 빵 먹었어요.
배 안고파?
네...괜찮아요.
그럼 다른애들은 엄마 다 계시니?
네...희경이는 엄마가 시장에서 일하고요.
현아네 엄마 아빠는 초밥 만드는 일식집하고 그래서 바빠서 아침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어쩔때는 새벽에 들어 오세요.
그렇구나...
그래서 니네들이 매일 노래하러 오는구나......
가서 떡볶이 사와라....너 떡볶이 좋아해?
네...그럼 가서 떡볶이 사와서 아줌마 조금 주고 나머지는 너희들이 먹어....
괜찮은데.....
겨울 방학 때 그래서 그렇게 밥을 보면 허겁지겁 했었구나....
내가 이른 저녁을 시켜 밥을 먹다 남기면(참고로 식당에서두그릇씩 가져옴)
아이들이 모두 엉겨 붙어서 게눈 감추듯 반찬까지 싹쓸이를 하곤 했는데,
그래서 그랬나 보다...
누가 식사 챙겨줄 사람이 없는 아이들이
그나마 여기 노래방에 와서 노래부르며 노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었나 보다.
부모로부터 받은 용돈 가져와서 일곱명이 6천원 내면 두시간은 놀다 갔으니까......
그동안 그런 가정사를 알 수는 없었지만, 어디 다른데가서 딴짓하고 노는 것 보다는
노래방에 와서 예쁜 소리로 노래를 하는 모습들이 귀여워서,
이아이들한테는 항상 두 시간씩을 주었었는데.....
오늘 그 가족사를 듣고 보니 왠지 마음이 짠~~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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