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즈음에 나와 우리들이 저지른 일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부산세관 자리의 옛 모습들
일본인이 설계한 부산세관 건물
첨두만 옮겨놓은 건물의 잔해
그 역사적인 상황이란 저런 모습 이었단다. 저 곳은 부산의 관문이었고, 부산이란 도시의 개항과 대한민국이 근대화하는 시발점 이었단다. 벽돌의 건물은 부산의 역사이며, 이십년 전까지만 몇 안되는 부산의 근대 건축물의 하나였다. 그 정신적 영향력은 지금도 저 곳의 지명을 '세관앞'이란 고유명사로 시민들의 가슴에 남아있다.
저 근대건축물이 허물어진 건 이미 오래였다. 생각있는 사람들의 반대도 있었다. 정주영 회장의 건설 초창기에 세운 왼편의 세관본관에 그 역활을 내어 주고도 몇년을 버텼다. 그리고 1979년 개발독재의 말기...부산대교의 진입로 확장이라는 명목으로 철거되었다. 부산이라는 도시의 역사성 보다는 현대도시로의 발전이 우선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었다. 남은 것은 저런 기록사진 몇장과 저 표상의 첨두를 마당에 옮겨놓는 것이 고작이었다. 시대의 차이는 있으나 중앙청이라 불리던 조선총독부 건물의 말로와 닮은 꼴이다. 하나는 박정희의 개발독재시대에 자행되었고, 하나는 문민정부의 역사 되찾기의 명목 이었단다.
이미지/ 어디서 빌려 옴
몇해 전 부산세관에서 발주한 현상공모에 당선하였다. 저 건물이 철거되고 지은 창고의 자리에 다시 건축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우리는 지침대로 부산세관의 현대적 이미지에 몰두하였다. 현상설계란 원래 그렇다. 지침을 주고 이런저런 평가를한다. 그 지침의 배경에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는 이미 논외일 수 밖에 없다. 평가를 하는 주체들의 관점이 역사적이지 못할 바에는 현실적인 판단이 우선할 것은 뻔했다. 그리고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 수반된다. 건축가들의 역사적 의식이란 지극히 미미할 뿐이었다.
유리라는 소재로 모던을 표상하며, 배의 유추된 형상으로 항만을 이미지화한 것이 다다. 그게 나와 발주자의 고민의 한계였고, 어디에고 역사적 배경이 숨어들만한 자리는 없었다. 그리고 저 현대 건축물을 설계하고 나와 내 동료들은 근 일년을 밥을 먹고 살았다.
우리들의 후회란 그런데서부터 출발된다.
영주동 조흥은행의 본관이 허물어져 가는 모습을 통열히 비판한 적이있다. 당시 우리의 의식에는 도시의 개발 보다는 근대 건축물의 역사적 중요성이 우위였다. 내가 매일저녁 막걸리를 마시며, 라이트와 꼬르뷔제를 운운한 시절이었다. 나와 우리가 그 파멸의 역사의 현장에 다시 설 수 있다는 것이 상상이나 갔겠는가?
다시 돌아가서.... 저 고전의 이미지에는 일제의 잔해임에도 불구하고 역사가 묻어 있었다. 파괴란 내가 관여한 훨씬 전의 일임에도, 개발이란 단어로 과연 없어져야 했을까? 이런 의문은 내가 설계를 해가는 과정까지 유효하였던가? 그렇다면 나는 어떤 노력을 경주해야 마땅했던가? 구체적으로 현상설계를 하면서 그런 역사적 맥락의 고수는 있었을까? 그리고 비로소 완성된 나의 이미지는 얼마나 역사적으로 남을수 있는 것일까?
건축의 본류의 속성의 하나에 영속성이란 것이있다. 땅이란 개념에 관련하여 면면이 이어져 와야할 감히 허물지 못할 그런 정신적인 작용을 말함이다.
난 항구를 지나칠때마다 저 건물을 생각한다. 나는 얼마나 역사적이었던가를 계속 질문해야 했다. 나의 건축은 과연 일본인들의 그것처럼 역사물이 될 수 있는걸까? 나 개인의 가치로 인하여 저 장소의 영속성이 새로 쓰여지는 것은 마땅한가? 말하자면, 검정되지않은 나의 디자인이라 것은 얼마나 역사적으로 가치할 것인가? 아니면 여전한 파괴의 한 현장으로 남을 것인가?
그러나 나는 이미 바다에 돌을 던져 버렸다. 바다는 그 돌을 종적도 없이 삼켜버리고 말이 없이 유유히 푸르다. 그리고 감히 허물지 못하는 역사가 있으되, 속으로 잘 간직하라 명령한다.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그 거부할 수 없는 푸름이란 것이......
그러고도 이 지면의 힘을 빌어 사진 하나를 올리고 있다. 그리고 그것마저 또 하나의 역사가 되기를 뻔뻔스레 바라고있다.
-深溪-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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