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꾸는 것들

묻어온 꽃

오늘어제내일 2008. 6. 6. 21:57

반포를 지나는 길 아파트 방음벽의 담쟁이 벽은 더위를 식혀주는 것 외에 삭막한 회색을 막아 주기에 더욱 그 초록이 값지게 보인다.

언제나 자동차 안에서만 이 담쟁이를 봐야 하니 내 마음이 더 답답하다.

5월 28일 자동차가 많이 밀려 조금 느리게 달리는데 에라~~ 뒷차가 뭐라 하겠지?

꽁무니가 뒤뚱 뒤뚱 거린다고 놀라진 않겠지?

그정도의 속도도 아니니 잠시 찰칵~!

역시 흐릿한 황사가 낀 듯한 영상... 조금 맘에 안 들지만, 그래도 그 때의 감정은 담겨 있으니,

저 담쟁이 방음벽이 아파트 사람들의 귀를 조용하게 해 줄 것이며, 눈은 강을 보지 못하는 장막으로 서 있는 것이겠다.

그리고.... 그 길을 지나는 모든 사람들의 눈을 대신 즐겁게 해 주고 있으니, 이런 조경을 만든 오래전의

어느 공무 집행자에게 감사 할 따름이다. 

 

 

 

 

드디어 산세베리아의 세상이 왔다.

조금 더 조금 더 ... 열대의 꽃 대는 햇살을 향해 그 특유 꽃대의 높이를 높이면서,

해바라기를 위해 경쟁을 하는데, 나는 그 꽃의 달콤하고 향기로운 향내를 아직 맡지 못하고 있다.

새벽녘,  지친 상태여서 화분의 꽃을 향해 웃어 줄 기운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눈을 뜨고 꽃을 볼 수 있을 때 즐거움을 누릴 시간을 주면 좀 좋을까?

꼭 다문 꽃 술.... 내일은 보리라.  아무리 지쳐도  꼭 너의 향을 맡으면서, 나도 기쁨을 맛 보리라.

밤에만 피지 말고 낮에도 피어라.

 

 

 

 

 

 

  

 

 

어디서 묻어 왔을까?

스킨 다부스의 작은 볼 품 없는 화분에 어느날부터 풀이 나기 시작했으나, 이 보잘 것 없는 화분에서

싹을 틔우는 것이 기특하여 그냥 두고 가끔씩 물을 주었더니 어느날 이렇게 예쁜 꽃을 선물로 안겨줬다.

예쁜 핑크 빛 다섯잎의 꽃 잎.  꽃 술도 보이지 않는다.  수정이 필요 없다는 말인가?

어차피 벌도 나비도 없는 철망속의 꽃이니 꽃 술이 있든 없든 수정 시킬 매개체도 없다.

그래도 그 예쁜 색은 충분히 눈길을 끌 수 있어 내 눈길이 자주 가게 된다. 

 

 

 

 

 

2년전 겨울 어느날 옆지기의 둘째 누님집에 갔더니 화분 가득 실뱀처럼 늘어진 선인장이 있어, 한가지 얻어와서 화분에 꽂아 놓고 살아 나기만을 기도 했으나 꼭 죽은 듯, 자는 듯 기척이 없더니 드디어 그 몸에 초록의 싱싱함을 싣고 자그마한 가족까지 2명 업고 슬슬 키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