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문화

2008년 김장(11월16일)

오늘어제내일 2008. 11. 17. 22:52

 내일 김장 하니 꼭 와야 한다는 전화를 받은 것은 11월 15일 저녁 나절....

그녀로 부터 전화를 받고16일의 다른 모든 일정은 없었던 것으로 거품이 되어야 했고,

 

새벽 공기 가르면서 6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송추 IC에서 빠져 나가는 외곽순환 민자 고속 도로는 상향등을 켜고 맘껏 달려도

될 듯 ...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었다. 군데군데 앞을 전혀 식별 할 수 없는 농무가 빠른 달리기를 방해 하였고,

농무를 만날 적마다 무서움증이 심장을 오므라 들게 하기도 했다.

텅 빈 도로에서 만나는 농무의 무서움... 지난해에도 그랬다. 

목적이 없는 주행이었다면 아마도 더 큰 무서움이 가슴을 후비지 않았을까?

다행히 송추 IC를 빠져 나가자 도로에는 차량도 많아졌고,

후련하게 펴지는 가슴의 심호흡과 함께 느긋하게 어깨를 뒤로 젖히고, 

허리도 다시 한 번 의자의 뒷쪽에 바짝 대고 긴장을 풀고 달려 보는데 그녀가 전화를 걸어 온다.

어디쯤 오고 있니?  .... 10분 정도 가면 도착 할 듯하다. 

 

가끔씩 동창회에서 만나기도 하지만,

일부러 김장날은 내가 오기를 은근히 기다리고 있는 그녀에게  뭔지 모를 뿌듯함을 준다는데....

 

그녀 어머니가 내 어머니의 마음에 든든한 믿음 주기가 되었었듯이....

지금 그녀의 마음에 믿음 주기가 기꺼이 되어 주기를 내가 마다 할 수 없는 것이다.

 

은연중에 친구들 모임이 있는 자리면 그녀는 포만감에 젖은 아이 마냥, 자랑스레 이야길 한다.

나랑 같이 김장 해 온 것이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고향 냄새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도 그럴것이 그녀를 서울에서 처음 만났을때...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내게 해 대던 말.

"너 처럼 성공하면 고향 친구도 안 찾고,  너만 잘 지내면 되는 것이니?  이 무심하고 인정머리 없고 야속한 가시내야....."

그 한마디에 나는 많이 뉘우쳤었다. 

그 후로 가능하면 고향 친구들의 모임에는 다른 어떤 일보다 우선 순위를 두기로 했다.

아무런 힘도 없지만, 그들의 모임에 참석해 줌으로해서 그들의 마음에 알 수 없는 고향 냄새를 맡게 하는데 일조 한다면,

그 보다 더 큰 보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들이 내게 바라는 것은 어떤 물질적인 것도 아니고, 그들보다 위에서 군림하여 주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같이 밥 먹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그들이 마냥 즐거워 할 때 살포시 가벼운 미소 한가닥 흘려 줌으로 고향을 느끼게 하는 마음 자리로 있으면 그만 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김장 때 와주기를 원했고, 그것이 그녀의 마음에 고향을 이어가는 한가닥 끄나블로 푸근함을  주는 듯했다.

그녀의 순수함과 정직함 소박함은 그대로 내 어릴적 고향에서 뛰 놀던 그때의 그 모습 이었고,

 

내 어머니가 큰 일을 앞두고 늘 그녀 어머니의 정직하고 우직하고 충성심 많은 그 마음을 신뢰 하였듯이,

나는 지금 그녀에게 그 만큼의 힘이 되어지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조금이라도 그녀의 어머니가 내 어머니에게 믿음의 힘이 되어 주었듯이, 내가 그녀에게 믿음의 힘이 되어 졌으면 좋겠다.

 

김장.... 16일은 의정부지나 덕정에서 하루해를 보내고 왔다.

 

                                                              그녀의 큰 딸은 수육을 정말 잘 만든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수육을 삶는 솥

 

 

 

 

                                 김장은 일년 농사를 짓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김치 버무르기 전에 벌써 한 잔 ... 잘 삶아진 수육과 함께...

 

                        그녀가 절여 놓은 배추는 250포기 2쪽씩만 나누어도 500쪽.. 4쪽으로 갈라진 것까지 합하면...600쪽은 넘을 듯....

 

 

                                                                                               동네 아주머니들도 돕기를 주저하지 않아서 일은 척척......

 

 

 

                                                                              그녀의 딸들과 함께 이 김장을 나누는 가족이 자그마치 나 포함 7가족... 

 

 

                                                              배추 버무르기 끝나고, 겉절이... 싱싱한 굴과 함께... 더 진한 양념이 듬뿍 넣어졌다.

 

 

                                                                                             김장이 끝나고, 그녀 마당에선 즉석 조개구이 파티가 열렸다.

 

 

 

잘 먹을께...... 올 겨울은 더욱 따뜻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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