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봉숭아, 원추리

오늘어제내일 2011. 7. 15. 01:06

 비가 오는 날이면,

할 일이 없어

장독대 가장자리에 곱게 피어 있던

봉숭아 잎과 꽃을 따다가

소금과, 숯을

꽃과 잎에 넣고

짓이겨

누런 비료 포장지 뜯어

손틉 위에 얹혀 있던

짓이긴

꽃물을 감싸고,

나른한 낮잠

한 숨 자고 나면,

주황색 물이 손틉과 손가락 끝에

누릿누릿

들어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그렇게 몇 번 물을 들이고 나면

손 틉들은 빨갛게

봉숭아 꽃처럼 손틉에서

꽃을 피웠다.

 

그 꽃잎이 첫 눈 내릴때까지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 진다고 했다.

 

 

 

 

주룩 주룩

내리는 빗물을

원추리가

숨도 쉬지 않고

마셔대고 있다.

 

이 맘 때 면

고향의

바닷가

바위 절벽 위에

널부러져 피어 있던 원추리

 

썰물이 되면,

고동도 줍고, 소라도 줍고,

굴도 따고,

 

 대나무 바구니에 원추리도

얹혀

집으로 따라왔다.

 

노란 꽃 원추리가

파도와,

갯바람과

쏟아지는 태양과

가끔씩 뿌려주는 여름비를 친구 삼아

바위 절벽에

노랗게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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