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 둘째 형수께서 다녀 가셨다.
저녁 늦은 시간 쇼핑 가방에 가득 담아 오신 것은 대파였다.
"장마 때 빗물에 차일까 봐서 처마 밑으로 밀어 넣어 놨어도 비가 워낙 여러 날 오니까 어쩔 수 없었나 봐.
갑자기 햇볕이 나니까 폭삭 고꾸라져 있어서 뽑아 왔어."
쨍쨍 쬐는 햇살이 불이라도 일으킬 듯이 불볕이 내리 쬐자 물을 잔뜩 머금고 있던 파들이 모두 고꾸라 졌던 모양이었다.
형님은 옥상에 스치로폼 박스에 텃밭을 일구시는데 텃 밭 일구는 일을 한 번도 거른 해가 없다.
형님의 옥상 텃밭에 어떤 해에는 양귀비 꽃도 한 뿌리가 곱게 자라서 예쁜 꽃을 피워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는 양귀비가 옥상 텃밭에 지천으로 난 봄 시어머님 제사 지내러 갔을 때
속음 배추 정도나 됐을 법한 양귀비 새싹을 몽땅 뽑아서 쌈으로 먹자고 한 소쿠리 내 오셨다.
쌉싸름하고 연한 새싹은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양귀비 새싹으로 쌈을 먹으면서 "우리 중독되는 것 아니겠지요?"하고 까르르 웃으면서,
세 동서들끼리 즐거운 식사를 하고, 제사 음식 준비도하면서,
"어디서 날아왔을까요?"하고 물으니 수입된 마늘 종자에 묻어 온 것 같다고 하셨다.
전 해에 한 대가 꽃을 피워 그 씨앗이 흩어져서 민들레 홀씨 처럼 다음 해에 싹을 틔운 것을
다 뽑았기에 다음 해부터 양귀비 싹은 나오지 않았다.
형님의 옥상 스치로폼 텃밭에는 마늘, 쪽파, 대파, 상추, 고추, 배추, 호박, 열무등... 언제나 야채가 가득했다.
올해도 처음 장마가 시작 될 무렵 "장마 온다고 해서 상추 다 뽑았어."하시면서,
치마 상추를 한 보따리 가져 오셨었는데, 대파는 잘 견뎌 줄 것 같아 그냥 두었더니 장마 끝 강한 햇살에 못이겨
고꾸라 진 것을 뽑아 오신 것이라고 하셨다.
텃밭의 비료는 야채 다듬다 나온 찌꺼기나 동네 한약상에서 약 다리고 나온 찌꺼기등 다양하다.
제사 때 보면 과일 껍질 들을 따로 모으시기에 음식물 분리 수거 인줄 알았는데, 간기가 안 들어간 모든 음식물 찌꺼기는
텃밭용 비료로 사용하신다고 하시면서, "우리집 야채는 유기농 무농약이니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하시기에,
진딧물 같은 것은 안 생기는지 여쭸더니, 가끔씩 생기는데, 그것도 약으로 처리하지 않고, 일일이 진딧물을 잡아서
없애거나, 어쩔 때 보면, 무당벌레가 잡아 먹는 것 같다고도 하셨다.
한꺼번에 다 못 먹을테니까 잎과 뿌리쪽을 분리해서 잘게 썰어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사용하라고 하시면서,
음식물이 완전히 끓은 다음 먹기 직전에 냉동된 파를 넣으면 문들어지지 않고 싱싱하다고 하셨다.
여름철 대파라서 밑둥은 그다지 굵지 않았지만, 무농약 유기농으로 키워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이고,
형님의 정성이 담긴 것이라 다듬는 손 끝에도 마음이 담기는 듯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배려하는 마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집이 가까운 것도 아니고,
버스로 30분 이상 걸리는 거리인데도 무엇이라도 생기면 나누고 싶어 하시는 형님께 늘 고마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