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희 시집 -마당 깊은 꽃집-에서
굴레
이주희
죽어도 김씨네 귀신이 되어야 한다
폐백 절을 받은 시어머니는 말씀하시고,
동백 씨를 넣은 빨간 갑사 귀주머니를 주셨다.
심어서 짱짱하게 뿌리를 내려라.
폭풍이 불 때마다 붉은 대추알은 고루한 굴레가 되고
폭설에는 고삐가 되어 나를 메어놓았다
폭우에는 반지르르한 덕석밤이 야속한 코뚜레가 되고
폭염에는 차꼬가 되어 발목을 잡았다
폭언에는 쌉싸레한 폐백 술이 지엄한 올무가 되고
폭평에는 조롱이 되어 나를 가두었다
폭한에 빨간 귀주머니가 단단한 대못이 되는 동안
맞을수록 팽글팽글 도는 팽이와 오기를 싹틔우고
맞을수록 큰소리치는 북의 근성을 키운 내가
폭폭해질 땐
동백씨가 닻이 되어 정박(碇泊)시켰다
씨드림 동백의 나이 불혹
나는 자그마한 석짝 가득 씨를 거두어들였다
(동작문학반)
-다음 어학사전에서-
덕석밤: 넓적하고 크게 생긴 밤.
차꼬: ①[
씨드림: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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