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고백

오늘어제내일 2007. 7. 1. 16:44

고백

 

남들은 한참을 일하고 이제 주린 배를 채우러 가는 시간

낮 12쯤이면..........,

부산 스레 움직이는 옆지기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토닥토닥토닥...

 

그만자고 일어나....

 

조금 더 눈 감고 싶다. 

창문을 타고 넘은 쨍한 태양빛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데,

코끝을 간지르는 된장찌개 냄새가 나를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으켜 세운다.

 

벌써 된장찌개는 상 위에서 유혹을 한다.

해감 시켜 보관된 냉장고 냉동실 구석진 틈에서 꺼내진 조개랑,

바람이 통하도록 소쿠리에 넣어둔 감자랑,

신문지로 싸여져 야채박스 속에서 쉬고 있던 애호박이랑,

사우나 다녀오다 마트에 들러 비닐 봉지에 넣어 왔을 말랑말랑한 두부랑,

그 속을 알 수 없는 양파도 숭숭 썰어 넣고,

한 입만 베어 물어도 눈물이 찔끔 날 만큼 맵디 매운 청량 고추 조금이랑,

다진 마늘과, 송송썬 대파가 어우러진 된장찌개......

 

복합 영양소,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 탄수화물,골고루 들어간 된장찌개 만드느라,

한 동안 혼자서 분주 했겠네.....

 

어느새 조기도 구워졌네.....

 

눈만 비비고 나오면,  남들은 점심식사이고,

우리에겐 아침 밥상이 차려져 나오면, 그저  숫가락 젓가락만 들고 먹으면 된다.

 

 

고백 하건데... 꾀 오랜 기간 이렇게 살았네....

지금으로부터 족히 2년은 되었을텐데....

 

종업원 거느리고, 제조업 하다가 산산 조각난 난파선 같은 사업 집어 치우고,

아내가 안내한 대로 순순이 따라서 안정된 생활 만드는데, 숨통을 죽이면서,

 

새벽녘에 잠자리에 드는 아내가 가엾어서,

밥상 위에 숫가락 젓가락 얹으면서, 수없이 가슴을 쳤을텐데....

 

가끔 취중에... 내가 밥이나 차리고 있으련? 하면서도,

날만 새면 어느새 .... 눈 앞엔 고기 알 배 듯 하얀 쌀 밥이 뚝배기에서 알을 품고 놓여 있다.

 

이제 그만.... 이생활 접자....새벽 녘 잠자기도 싫고,

한 낮에 눈 비비고 일어나 밥 먹는 것도 싫다.....이제 이생활 접자.....

생활은 무얼로 하고?....이젠 거꾸로 나에게 반문 한다.

 

쉬엄 쉬엄 낮시간 할 수 있는 일거리 만들어 보자고 ... 아이엠에프 때 만들어진,

빚더미 청산 했으니, 우리도 이제 숨 통 트이는 생활로 바꿔 보자고,

먹고사는 문제에서 벗어 났으니, 인간답게 사는 방법 만들어 보자고..........,

 

어두운 밤엔 잠을 자고, 환 한 대낮엔 일을하고,

주말엔 드라이브도하고, 친구도 만나고, 일가 친척 대소사에 참석도하고,

좀 .... 쉬면서 살자고.... 하여도  .... 

 

이렇게 만든 내가 이제는 거꾸로 사정을 하여도 또다시 아이엠에프 같은 그런일

닥칠 까봐 지레 겁부터 나나 보다.

 

이제... 주방을 돌려줘요...나에게......

나도, 조리사 자격증 실력 발휘 좀 해 보게 해 줘요......

 

가족을 위해서, 장터에서 만지작 거리면서, 돌아서서 다시 한 번 만져보다

이걸로 뭘 맛있게 만들까?

생각이라는 사랑을 넣어서 보글보글 찌개를 끓이도록 해 주세요.

 

고백 하건데...나 이제 밤엔 잠을 자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운동도하고,

아침이면 러쉬아워 도로를 달리면서, 남들 처럼,

하느님이 만들어준 자연의 순리대로 살고 싶어요.

 

이제 주방에서 발자국 소리 죽여 가며,

도마에서 칼자국 소리 죽이려는 그런 당신이 보기 싫어요. 

살짝 살짝 음식 만드는 당신을 해방 시켜 주고 싶어요.

 

내가 만든 찌개에,

오곡백과 넣어 만든 종합 영양소 잔뜩 넣은 그런 밥상을 차리고 싶어요.

 

 

2007. 7. 1. 안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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