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나쁜 놈

오늘어제내일 2007. 7. 1. 22:41

주례사를 하는 사람이, 나쁜 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무슨 주례사가 신성한 결혼식의 서두를 나쁜놈으로 시작을 하는가?

특이한 주례사도 다 보겠네.....

내 평생 나쁜 놈을 신성한 결혼식에 끌어 들이는 주례는 첨 듣는 터라 긴장부터 되었다.

 

결혼식 주례사에 끌려 나온 나쁜 놈은 다름 아닌 나뿐인 놈이라는 것이다.

나뿐인 놈,  나뿐인 놈이 세상에 나온 나쁜 놈이라고 주례사가 이야기를 꺼내는데,

 

정말 나 이제 껏 나쁜 놈에 대한 정의를 그날에야 비로소 똑바로 알아 들었다.

나쁜 놈은 다름아닌 나만을 아는 놈이 나쁜 놈인 것이었다.

 

장가를 들고, 시집을 가고, 서로 다른 두 가정에서 자란 삶이 이제 하나로 합을 이루는

신성한 결혼이라는 생활은 나쁜 놈을 만들지 않는 것이었다.

 

장가 간 남자는 여자에게 나뿐이 아닌, 네가 있음을 생각해야 하고,

시집 간 여자는 내가 자라났던, 나를 감싸 안아주던 곳에서, 내가 알아가야 하는,

새로운 세계에서, 나만을 생각하는 나뿐이 아닌, 네가 있음을 , 즉 남편이 되는 사람의

가족과 동화를 이루면서 살아 가야 하는 공동체가 있음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만을 생각했던, 생활이 네가 있음을 생각해야 하는 생활로 옮아 가면서,

나쁜 놈이 되지 않아야 하는 어려운 생활의 시작이 결혼이라는 것이었다.

 

나쁜 놈이 되지 않는 생활. 그렇게 쉽지 만은 않겠지만,  바꿔서 생각해 보면 그렇게 어렵지만도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혼자 사는 것이 아니고, 내가 두루 보살펴야 하는 주변이 생겼으니, 좀 더 두루두루 살피면서,

살아가는 여유로운 생각으로 임한 다면 결혼 생활이 뭐 그리 어렵기만 하겠는가?

 

좋은 주례사를 들은 결혼식이었다.

정말 허름 했으며, 비좁았고, 낡은 예식장이었는데, 주례사의 값진 충고의 한마디가,

나에게 생각의 전환점을 준 시간이 되었다.

 

나만을 생각한, 나 뿐인 생활은 아니었을까?

나쁜 놈이라는 소릴 누군가가 내 뒷전에서 하지는 않았을까?

 

나, 나쁜 놈(년) 되지 않도록 이제부터라도 두루두루 살피면서 살아야지.

 

2007. 7. 1.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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