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운동회
하늘에는 만국기가 펄럭이고
운동장에는 이리뛰고 저리뛰는 우리들이 있었고,
만국기와 우리들의 중간에는 힘차고 우렁찬 행진곡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오늘 운동회날인디.....
오냐..내가 맛있는 점심 만들어 갈란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철퍼덕 철퍼덕 떡방아 찧으면서 어머니와 나누는
대화에도 흥분이 섞여 있습니다.
운동회날 아침이면 구름처럼 두둥실 뜬 마음 속에는 청군.백군 중 오늘 누가 이길 것인지?
강강 수월래에 입고 나갈 한복은 잘 준비 되어 있는지?
마스게임 때 입을 하얀색 운동복은 잘 다려져 있는지?
달리기에서 오늘 일등을 할 수 있을지?
아~~ 과자 따먹기 때 얼마나 높이 뛰어야 과자가 입 속으로 들어 올 수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설 때부터 머리에는 질끈 동여 맨 청군.백군의 머리띠.
동네 어귀에서 만난 친구들과 벌써부터 편 가르기 시작 하면서,
한 달음에 학교로 달려 갑니다.
학교 옆 코스모스 뜰 옆에선 차일이 쳐지고, 그 밑에는 까만 가마솥이 걸리고,
부산스레 어른들이 임시 천막 아래서 먹거리 준비도 시작하고 있습니다.
대 운동장 하늘에는 온통 만국기 물결로 가슴까지 울렁이기 시작합니다.
부지직 부지직 성능이 별로 좋지 않았던 스피커에서도 마음을 들뜨게 하는 행진곡이
운동장 가득 울려 퍼지고 있어, 발걸음은 이내 사뿐 사뿐 걷기 보다는 내 달리기에 딱 알맞습니다.
운동장 여기 저기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아이들... 한 켠에선 누군가의 구령에 맞춰
달리기 연습도 하고 있습니다.
본부석 하얀 차일 밑 책상 위에는 공책이며, 연필이 상품으로 산더미 같이 쌓여
오늘의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읍니다.
곧이어, 화약 냄새 나는 총소리가 탕~~~!하고 울림과 동시에 우리들은 운동회를 시작하기 위해서
청군과 백군으로 갈려 일학년부터 육학년까지 줄줄이 사열을하고,
교장 선생님의 훈시를 듣습니다.
아~~ 그 시간 우리들은 정말 지루했습니다.
빨리 달리기도 하고 싶고, 오재미 던져 바구니 터트려 쏟아지는 색종이에 묻히고 싶고,
상급반 남학생들의 기상 넘치는 기마전도 구경하고 싶고,
예쁜 한복으로 갈아 입은 상급반 여학생들의 강강수월래도 보고 싶고,
경쾌한 음악에 맞춰 뒷발 들고 사뿐사뿐 걸으면서 마스게임도 하고 싶고,
탕~!하는 총소리와 함께 누가 누가 먼저 달리는지 마라톤 달리기도 하고 싶고,
영차 영차 줄다리기도 해야 하는데....
교장 선생님은 언제 훈시를 끝내실까요?
운동장에는 하얀 가루가 뿌려져 둥그렇게 타원을 그려서 달리기 할때
안으로 들어 가지 못하게 경계선을 만들었으며, 출발선도 반듯하게 그어져 있습니다.
청군과 백군으로 나누어서 응원 시범을 합니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와~~~~! " 함성은 이내 하늘에 닿습니다.
학년 별로 달리기가 시작되면 본부석 흑판에는 청군 백군의 점수가 크게 쓰여집니다.
일등부터 삼등까지가 백군이 몇 명이고, 청군이 몇명인지에 따라서 점수가 숫자로 표시 됩니다.
응원단장은 청군.백군의 점수가 표시 되면 더욱 힘차게 응원을 리드합니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 기운이 쇠 할 때 쯤이 되면 어느새 부모님들은 운동장 가장자리의 나무 그늘에
�자리를 펴고 자식들이 먹을 먹거리를 가득 펼쳐 놓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웃집 순이도 철이도 모두 함께 모여 식사 시간에는 청군.백군이 없습니다.
그저 함께 어우러져 나누어 먹는 맛있는 음식이 있을 뿐입니다.
그렇게 맛있는 식사를 했음에도 코스모스 어우러진 옆 뜰의 장작불 위의 가마솥에서
모락모락 연기 뿜으면서 건져 올려진 국수발의 유혹을 떨치진 못합니다.
금방 어머니 옆구리 쿡쿡 찌르면서, 저거 먹고 싶다고 칭얼 거려 보기도 합니다.
그러면, 어머니의 속옷에 꽁꽁 묶여 있던 꼬깃꼬깃 구겨진 지폐가 나오고,
후루룩 후루룩 금새 한 사발의 국수가 꿀꺽 넘어 갑니다.
오후 시간에 운동회의 하이라이트가 있습니다.
이제 부터는 웃음 바다가 펼쳐 집니다.
식사후에 오는 나른함에서 벗어 나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마라톤과 이어 달리기, 선생님 찾아 함께 달리기, 동네 아저씨와 함께 발 묶고 달리기...
손 뒤로 묶고 밀가루 속에서 엿 찾아 먹기를 하고 나면 얼굴은 하얗게 분칠을 했고,
관람하는 사람들은 모두 배꼽을 쥐고 웃습니다.
과자 따먹기는 어떻구요? 펄쩍 뛰어서 입안에 들어 올라치면 어느새 과자는 저 높이 허공에서
뱅글뱅글 돌고 있습니다.
지친 몸이지만 건전한 정신을 만들고 건강한 육체를 다진 운동회...,
가을 하늘이 드높이 올라가서 만국기도 지칠 무렵에 우리들의 운동회도 끝이 났습니다.
누가 이겼거나 그것은 문제가 안됩니다.
열심히 뛰었고, 신나게 응원 했기에 ,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들었습니다.
가을 운동회 그것은 우리들의 활력소 였으며, 함께 어우러지는 질펀한 한바탕 놀이 마당이었습니다.
2007. 10. 02. 안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