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문화원

천도제

오늘어제내일 2015. 3. 7. 23:40

대나무 막대를 잡은 아주머니가 어서 신이 내려 무슨 소리든 씨부령 거려 주길 바라는 무당과

안간힘을 쓰며 신이 내리기만을 기다리는 아주머니의 처절한 모습이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아니었을까?

몸부림 치던 대잡이의 모습.

어머니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했음에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하셨다.

아버지 생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굿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얀 옥양목 천이 안방에서부터 마당까지 길게 드리워졌고,

무당은 버선발로 무엇인가 주문을 외면서 안방과 마당을  오가며

옥양목 천에 그릇을얹져 밀고 다니면서 천도제를 지내고 있었다. 

오후부터 시작된 천도제는 밤이 이슥할 때까지 계속 되었다.

천도제의 절정이 대잡이에게 아버지이 혼령이 들어와서

마지막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실때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었다.

아이고 아이고 원통하고 슬프도다.

원통하고 슬프도다.

대잡이는 원통하고 슬프다며 이 광경을 구경하는 구경꾼들을 핏발선 눈으로 휘 둘러 보더니

이내 한곳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원통하다.  원통하다만을 반복했다.

무당은 무엇이 원통한지 말해보라고 대잡이를 채근했다.

대잡이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원통하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게 아버지의 원혼을 달래는 씻감을 끝냈다.

 

슬픈 봄.

그날 아주 가느다란 안개비가 내리고 있는 고속도로는

희끄므레했고 차안의 라디오에서는  제목을 알 수 없는  저음의

첼로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아버지의  기일은  음력 2월25일이다.

아버지의 생일은 2월 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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